회화의 본질을 탐구하는 작가 임선희 “의미없어 보이는 사물의 이면을 나만의 조형 요소로 표현한다” - IM SUNNY

Texts

회화의 본질을 탐구하는 작가 임선희 “의미없어 보이는 사물의 이면을 나만의 조형 요소로 표현한다”

2017.08.01

김동오 | DEN(덴) 포토그래퍼

임선희 작가는 비디오아트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해온 작가다. 그런 그녀가 2년 전 뒤늦게 순수 회화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대치동에 위치한 복합 문화 공간 ‘카페엠 갤러리’에 작품을 전시 중인 그녀를 만나 순수 미술 예찬론을 들었다.


Im Sunny ©Den

갤러리가 아닌 레스토랑에 작품을 전시하게 된 계기는?

갤러리에서만 예술 작품을 전시하던 시대는 지났다. 포스트 모더니즘 시대로 넘어오면서 다양한 공간에서 미술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2000년대 들어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는데, 요즘 카페는 물론 화장품이나 선글라스를 파는 매장에서도 미술 작품을 전시한다. 그로 인해 누구나 부담 없이 예술을 즐기고 감성을 키울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시각적 만족으로 인해 한 공간에 머무르는 시간이 더욱 풍성하고 행복하게 느껴질 것이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이 좀 더 편하게 내 작품을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 작품을 이용해 제품 패키지나 옷 같은걸 만드는 아트 컬래버레이션에도 관심이 많다.


전시 작품 중에 식물 그림이 많다

처음엔 꼭 식물을 그리려는 목적 의식이 있었던 건 아니고 그냥 키우던 화분이 가까이에 있어서 그리게 되었다. 나는 소재 중심의 회화를 추구하지는 않는다. 사물에서 조형 요소를 찾아 어떻게 배치하고 채색해서 표현할 것인지를 고민한다. 그걸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소재가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찾은 소재가 식물이었다.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는 무엇인가?

‘본질’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삶의 본질은 무엇일까, 인간은 본질적으로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한다. 최근 ‘회화의 본질은 무엇인가?’에 집중하면서 ‘평면성’이라는 문제를 건드리고 있다.

"그동안 해오던 작업에 회의가 들면서 방황의 시기를 겪었다. 이후 평생 작가로서 살기 위해 정통 회화 작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나만의 ‘회화적인 회화 (Painterly Painting)’를 위해 열심히 눈과 붓을 움직이고 있다"


Exhibition view ©Den

미술에서 말하는 ‘평면성’이란?

미술사적으로 보면 시대마다 평면성의 이슈가 있었다. 예를 들어 르네상스 시대에는 원근법을 중시해 3차원 세계를 어떻게 2차원인 평면(그림)에 실제처럼 표현할 것인가가 화두였다. 그래서 눈속임을 통해 그림을 실제와 똑같이 재현하려 애썼다. 하지만 세잔(Paul Cezanne)은 기존 눈속임 회화를 극복하고, 대상 자체가 어떻게 생겼는지 관찰해서 자신이 본대로 그리고자 했다. 붓질을 중첩해 캔버스 위에 현대적 회화 공간을 만들어 냈다. 그림을 통해 그림이 평면임을 보여주려고 한 것이다.

포스트모더니즘 이후엔 그전의 미술 사조를 자기 방식대로 해석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그래서 작가마다 이러한 평면성의 문제를 다르게 해석하는데, 나는 미술사학자 하인리히 뵐플린이 제시한 ‘회화적’이라는 개념에서 시작해 세잔의 생각을 계승하고자 했다. 외곽선을 그어 명확히 사물의 범주를 구획하고 그림 그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외곽선을 중첩하거나 흐리는 방법으로 공간감을 강조하고 통합적인 구도를 중시하는 ‘회화적인 회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아직 회화 작가로서는 시작 단계이니 나만의 스타일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한 숙제다.


이전까지는 비디오아트를 해왔다

대학에서는 서양화를 전공했다. 대학원에서 판화를 전공하면서 ‘확장된 의미의 판화’로써 비디오아트 작업을 했다. 2003년 첫 개인전을 열었으니 15년 정도 비디오아트를 한 것 같다. ‘나’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한 ‘멀티풀 아이덴티티’를 주제로 비디오 자체를 복제하고 합성하는 편집 기술을 사용해 작업했다. 이후 나의 관심이 대중문화, 미디어로 옮겨지면서 미디어가 우리에게 심어주는 여성관, 사회관 등을 드라마 장면, 대사, 사운드 같은 클리셰(전형적인 표현)를 활용해 표현했다.


Im Sunny ©Den

회화 작가가 된 이후의 소감은?

그림은 할수록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회화작업은 내게 익숙한 비디오아트와는 전혀 다른 속성을 지녔다. 접근 방식부터 제작 방법까지 전혀 다르다. 그동안 해온 작업의 습관을 버리는 것이 가장 어렵다. 평면 사각형 프레임 안에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모두 담아야 함에도 의도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다.

References

Writings

Statements

Still life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Still life_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시리즈는 밀란 쿤테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들입니다. 이 시리즈는 쿤데라의 소설 속 중요한 개념인 “키치”를 중심으로, 인간 내면의 갈등과 이중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합니다.

2025

Texts

임선희 작가의 다채로운 회화 작품, 평면성을 향한 여정

임선희(b. 1975) 작가의 작품은 전통적인 회화 작품의 형태를 띠고 있다. ‘Lined Blue Ring Anglefish II’(2019)는 형형색색의 물고기로 가득 찬 수족관을 연상시키며, ‘Magritte_The Discovery of Fire’(2022)는 해가 떨어지는 대지 위해 둥둥 떠 있는 금관악기가 불에 타오르는 모습을 하고 있다.

2022.09.12

Statements

회화적인 형식과 감정적 내용의 조화

2015년 부터 시작된 나의 페인팅 작업은 형식적인 탐구를 시작으로, 회화적 요소들을 깊이 탐구해왔 습니다. Flatness, Line, Color, Brush stroke, Point of view, Layered… 등과 같은 형식 적인 요소들을 작품의 중심에 두어 미디움으로서의 회화를 탐구했습니다.

2022

Texts

회화의 본질을 탐구하는 작가 임선희 “의미없어 보이는 사물의 이면을 나만의 조형 요소로 표현한다”

임선희 작가는 비디오아트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해온 작가다. 그런 그녀가 2년 전 뒤늦게 순수 회화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대치동에 위치한 복합 문화 공간 ‘카페엠 갤러리’에 작품을 전시 중인 그녀를 만나 순수 미술 예찬론을 들었다.

2017.08.01

Criticisms

임선희 회화에 있어서 ‘평면성’에 대하여:《The Flat》전

현대 회화는 형식과 내용의 새로운 기법을 모색하기 보다는 이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통하여 동시대성을 획득해 가고 있으며 최근에는 전통 회화의 내용과 형식에 대한 메타 비평적 시각을 통하여 새로운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2015